존버거 <A가 X에게> 독서 모임 후 편지글 쓰기

2022-06-06

나의 사랑 Y에게


오늘 당신에게 제가 만난 새로운 친구 J이야기를 들려줄게요.

J의 목소리를 처음 들은 것은 수화기를 통해서였어요. 밝고 아이같은 음성이 제가 상상했던 것과는 사뭇 달랐어요. 그녀가 처음 인스타 스토리에 ‘허스토리’ 앞에 서 있는 눈이 큰 강아지를 올렸을 때가 생각 나요. ‘빨리 열어주세요!’라는 작은 글자들이 반짝이며 제 심장을 두드렸었지요. 허스토리를 오픈하고 얼마되지 않았을 때였는데 예약도 없고 어찌해야 할지 불안해 하던 날들이었어요. J의 인스타 스토리, 네, 바로 Her story군요. 그렇게 스토리로 우리의 이야기는 시작되었지요.

홈페이지를 확인하니 아무도 존버거읽기 독서모임 프로그램을 구매하지 않았더군요. 그래서 독서모임이 예정된 날 출근하지 않고 미적거리고 있었어요. 남편이 아무도 신청하지 않았냐고 묻는 소리에도 기분이 상했어요. 그런데 070 아톡을 통해 전화가 울렸어요. 네 바로 J예요. 어제 저녁에 독서모임에 신청했었다고요. 언제 시작하냐고요. 저는 미안하다고 시간이 늦을 것같다고 답했어요. 그녀는 괜찮다며 기다리겠다고 했지요. 저는 너무 미안했지만 신이 났어요. 제가 보낸 신호에 누군가가 답신을 보냈다고 생각하니 감동이 밀려왔어요. 그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좋아요. 그 단 한 사람은 다른 많은 사람들보다 훨씬 특별해요.

사실 저는 J의 인스타를 통해 그녀에 대해 먼저 알았지요. 발레를 하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J는 언젠가 무대에서 본 지젤의 여주인공 같았어요. J는 밝은 목소리와 말투로 상대방의 말에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반응해요. 그 모습이 상냥하지만 배려하려는 노력이 좀 애처로워 보였어요. J를 45도 위쪽에서 보았을 때 쭉 뻗은 속눈썹이 물기 어린 소녀의 단발머리 같았어요. 반듯한 콧날과 턱선은 가늘고 긴 목으로 이어져요. 인스타에서 사진과 영상으로 보고 상상했던 것보다 키가 작았지만, 선은 더 섬세하고 아름다웠어요. 인간 여자는 참으로 아름다운 몸을 가지고 태어나요. 당신도 예쁘다 아름답다는 찬사를 많이 받고 자랐잖아요! 아름다움은 큰 축복이예요. 나이 들어서도 아름다우려면 몸 관리 마음 관리를 잘 해야 해요. 잔소리는 아니구요. ㅎㅎ.

J와 저는 책 모임은 다음주에 다시 하기로 하고, 먼저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대화를 나누었어요. 그냥 오래 전부터 알았던 사람들처럼 옛날 이야기부터 모두 다 털어놓았지요. 아무 거리낌 없이요. 결혼 전부터 결혼 후 시댁과 남편과의 관계에서 오는 갈등, 마음의 상처, 상처를 극복하려는 노력과 현재의 삶까지. 결혼한 여자들은 동료의식이 있는 것 같아요. 오늘 처음 본 사람 이야기지만 거기서 내 이야기를 읽고, 충분히 공감되고, 위로하고 위로받는 관계. 여자들의 관계지요. 아직 처녀인 당신은 잘 모를거예요. 아줌마들이 주책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네요. 아무튼 저는 J와 만난 것이 큰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신이 주신 선물. 여기 허스토리에서 잘 해 보라고, 용기를 내라고 그분이 보내주신 사람. 정말 감사하지요.

앞으로 우리들의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되지요? 자주 알려줄게요. 당신도 당신의 현재에 충실하며 항상 깨어있고 감동하길 바래요. 사는 거 별거 아니예요. 그냥 현재의 연속이지요. 너무 멀리 보지 말아요. 그럼 안녕~

 

2022년 6월 4일 당신의 S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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