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살 첫 창업, 많이 서툴러도 괜찮아!

2022-05-02


  “선생님, 업체가 하루를 운영해도 해당 장소에서 영업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일정 기간 동안 장소를 빌려주더라도 법적으로 식당업 경험을 가진 책임 관리자를 두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불법입니다.”

 

  사업자 등록증을 발급 받기 위해 구청에 문의하니 공무원이 설명해 준다. 실은 노들섬에서 한 달마다 요리업체가 바뀌는 팝업 식당에 가 보고 사업 아이템을 얻었다. 알고 보니 그 식당은 서울시에서 운영해서 예외적으로 허락되었다고 한다.

 

  남편과 나는 서울에서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지역을 찾아다니기를 좋아한다. 그런 지역에서는 대개 재개발이 불가능해 도시 재생 사업이 추진되고 있었다. 동작구 본동은 한강대교 바로 앞이고, 오래된 좁은 골목길을 오르면 여의도 63빌딩도 보이고, 한강철교를 달리는 전철과 강물 가운데 떠 있는 노들섬의 아름다운 풍경도 보여준다. 옛 모습 그대로인 골목길과 탁 트인 한강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뭉클하다.

 

  그날은 운 좋게 산책길에 들른 부동산에서 24평 기와집을 매물로 소개 받았다. 지어진 지 60년이 넘었고, 구순 연세의 노부부가 살고 계셨다. 1가구 2주택이어서 세금 문제로 정든 집을 판다고 했다. 이 집에서 아이 셋을 키우고 작은 방은 세를 놓기도 했다니 놀라웠다. 건물 면적은 15평, 방 세 개와 주방, 다락방까지 있었고, 작은 마당에는 빨랫줄이 걸려있고 화장실은 마당 끝에 따로 있었다. 우리는 이 집을 매입해 상가로 용도 변경해 이용하기로 했다. 우리의 작은 집이 본동 도시 재생의 첫 관문 역할을 한다면...특히 근처에 먹거리가 없어보여 식당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직접 식당을 운영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한 달 씩 장소를 대여해 주는 팝업 식당을 개업하기로 마음먹었다. 홈페이지를 기획하고 식당으로 리모델링을 하고 보건증을 발급 받고 위생 교육도 8시간 수료했다. 그런데 사업자 등록증 서류를 준비하다 알게 된 것은 정작 법적인 문제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아! 이렇게 허술한 나.

 

  나는 직장을 1년 정도 다니다 첫 아이를 출산하고 이어서 둘째와 셋 째도 낳았다. 집에서 살림만 하며 세 아이를 키웠는데 이제 막내가 고 3이다. 내년이면 세 아이 모두 성인이 된다. 내 육아 기간은 끝났다. 그래서 지금 무슨 일인가 계획하고 실천하며 또 다른 나를 찾고 싶었다. 그 중심에 본동 팝업 식당 사업이 있었다. 그런데, 이런 낭패가 있나! 가장 기본적인 사항을 확인하지 않다니! 나 같은 아줌마가 무슨 사업을 한다고! 정말 한심하고 부끄러웠다. 때마침 이웃집들에서는 식당은 절대 반대라며 공사에 사사건건 간섭하고 구청에 민원까지 넣었다.

 

  며칠 두통에 시달리고 의기소침해 있다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지. 얼마 만에 얻은 기회인데! 나는 마음을 추스르고 근본적인 것부터 다시 생각했다. 브랜딩에 관한 책을 읽으며, 좋은 브랜드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널리 알리고, 누군가의 행동을 바꾸고, 세상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임을 깨달았다.

 

  생각해 보니 ‘팝업 식당’이 내가 좋아하는 분야는 아니다. 천천히 오래 나 자신을 들여다보았다. 나는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하기를 좋아한다. 20년 넘는 육아 기간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었던 것도 책모임을 통해서였다. 팍팍한 일상을 살며 힘겨워하는 사람들에게 내게 좋았던 경험을 알리고, 나누며 함께 성장하고 싶다. '바로 그거야, 나만의 브랜드! ' 이렇게 해서 팝업 식당은 ‘책과 사유가 있는 공간, HERSTORY허스토리'로 재탄생 했다.

 

  미래의 공간은 다양하게 이용되고 여러 사람이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내 사업 공간도 책 모임 뿐만 아니라, 음식을 함께 요리해서 먹으며 편하게 어울리는 모임 공간으로, 상품을 선보이는 팝업 스토어로, 크리에이터가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영상 촬영 공간으로, 쇼핑몰을 위한 사진 촬영 공간으로 대여해 주고 자유롭게 운영하려고 한다.

 

  집에 친구들을 초대하길 즐기는 내 마음을 담뿍 담아 이 작은 공간을 채우고 싶다. 이웃들의 민원과 팝업식당 운영의 법적인 제약이 오히려 나 자신의 브랜드를 찾는 기회를 주었으니 고맙다.

 

  '그래, 쉰 살에 첫 창업, 많이 서툴러도 괜찮아!' 나 자신을 살며시 토닥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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